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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20.11.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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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머니라는 책을 쓰게 된 이유

 

 

김효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략기획본부장

 

 

 

 

 

손님, 포인트 2천점 있는데, 사용할까요?”라고 점원이 물어보면, 언제부터인가 거침없이 라고 대답합니다.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인생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저의 현재 모습을 과거에 예측하거나 바란 것은 아니었습니다. 흘러오다보니 이렇게 되었죠.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무엇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이룬 사람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 굴곡에서 선택하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다 보면 현재 서 있는 자리에 있게 됩니다.

 

삶은 무한의 수직선이지만, 나의 인생은 작은 점에 불과합니다. 그 찰나의 순간을 사는데도 불멸이 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인간의 욕망이죠.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소멸이라는 낭떠러지를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인간에게 한 가지 희망이라면, 좋은 쪽으로 오래도록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것이죠.

 

<굿머니> 1남을 돕는 사람들에는 자신의 삶은 유한하지만, 이 사회에 단비가 되어, 자신의 삶이 끝나더라도 그 나눔의 마음이 불멸로 남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옥탑방 김춘희 할머니와 삿포로 나카하라 할아버지는 생생하게 불멸로 남아 있습니다. 기부자들은 기부하면 할수록 겸손해진다고 합니다. 삶의 유한함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진정한 겸손의 의미를 알았던 것은 아닐까요?

 

기부는 착하고 선한 사람들만 하는 천사의 영역이 아닙니다. 삶의 일부분이고, 경제활동의 하나입니다. 기부자들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투자하는 레인메이커들입니다. 그래서 기부자들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모금가를 원합니다. 돈이란 돌고 돌아서 이라고 부른다고 하지 않던가요. 돈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쓰는 사람이 <굿머니>를 만들거나 <배드머니>를 만드는 것입니다. 모금가는 제2어떻게 도울 것인가에서 나왔듯이, 지원받는 사람들에 대해 동정의 시선이 아니라, 공감의 시선으로 안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도 대부분 모금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모금가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최근 한국모금가협회도 생기고 관련 책도 나왔지만, 아직도 생경하게 들립니다. 아마도 전문직업인으로서 모금가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금가 역시 모금할수록 더 겸손해집니다. 이소노미아 출판사에서 <굿머니>의 부제를 모금가 김효진의 돈과 사람이야기라고 붙였을 때, 처음에는 심한 불편함과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자각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누군가 나서서, 뻔뻔하게 모금가라고 타이틀을 붙이면, 2, 3의 모금가, 즉 내가 꿈꾸는 모금왕도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은 모금업을 제대로 하는 전문가가 더욱 많이 나와야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5수영을 배우는 물고기편에서, 모금가란 인생을 배우는 직업이기 때문에, 겸손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모금을 하면서 비로소 나도 무언가 이 사회에 기여하는, 작은 그릇 구실이라도 할 수 있다는 위로가 생겼습니다. 모금이란 내가 만든 질그릇에 빗물을 담는 것과 같습니다. 비가 내리고 안 내리는 것은 내가 어찌 할 수가 없죠. 운명입니다. 그러나 그 질그릇을 크고 튼튼하게 잘 빚는 것은 모금가가 할 몫입니다. 비가 내렸을 때 빗물을 받고,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모금을 단지 생업이나 업무의 하나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깊은 인생의 무게가 있습니다. 힘든 일의 기록이 아니라, 배움의 일들로 기억하면, 영속적인 성장의 느낌이 듭니다. 날마다 새롭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면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금가는 언제나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아마도 제가 열두 살 때인 것 같습니다. 나는 뾰족한 기와지붕 위에 올라가서 웅장한 나의 미래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나 자신에게 지금 이 순간을 절대 잊지마라고 스스로 말해두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지붕 위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이 어제 본 것처럼 또렷합니다. 소년은 원대한 꿈을 꾸었건만 평범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평범해도 자신을 일을 비범하게 생각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만 있으면 인생은 덧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새로운 지붕을 찾아 올라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에세이 <굿머니>는 나에게 하나의 꿈을 실현하는 일이었습니다. 유한한 내 인생에 작은 기록을 이 세상에 유서처럼 남기고 싶었습니다. 책을 한권 쓴다는 것이 나의 오래된 꿈이었습니다. 내가 비록 덧없이 생을 마감하더라도 무언가 세상에 흔적을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오래된 꿈을 실현해주신 이소노미아 출판사 마담쿠님과 코디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금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배움과 기회를 주신 분들과 사랑의열매 직원 그리고 인생의 궤도에서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있는 소중한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